인도 농민 트랙터 시위 쟁점은…가격안전망 붕괴 vs 생산성 증대

농업개혁법 통과 후 시위 격화…농민 "시장 불안정성 커진다"
대기업 진출 우려·시크교 분리주의·허약한 산업 구조 등 변수 얽혀
26일 인도 수도 뉴델리 외곽의 농민 트랙터 시위대. [EPA=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농사밖에 모르던 인도 농민들이 26일(현지시간) 트랙터를 앞세워 수도 뉴델리 시내에 진입, 경찰과 충돌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자 이런 사태가 빚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뉴델리 시내를 누빈 농민들은 수천 명으로 추산되지만, 뉴델리 외곽에서는 이미 두 달가량 수만 명의 농민이 ‘숙박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 개혁 관련 법안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시작했다. 뉴델리를 향해 항의 행진을 벌이다가 경찰에 막히자 같은 해 11월 하순부터 숙식하며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27일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농업 개혁법은 3건으로 이뤄졌다. 농산물 거래. 가격 보장·농업 서비스, 필수식품 관리 등이다.

농산물 유통과 판매를 민간 영역에 대부분 맡기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인도에서는 그간 정부 기관인 농산물시장위원회(APMC)의 관리하에 농산물 가격 책정과 유통이 이뤄져 왔다. 인도는 이런 농산물 국가 관리 체제 덕분에 1960년대 이후 ‘녹색 혁명’을 거쳐 식량 자급에 성공하게 됐다.

이번에 새 법이 통과됨에 따라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언뜻 보면 시장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방안으로 여겨진다.

인도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가량이 농업 부문 종사자지만 농업의 국내총생산(GDP) 내 비중은 18%에 그칠 정도로 전반적인 현지 농업 생산성은 여전히 낙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세한 농민은 시설 투자나 농업 기술 개선 등을 통한 생산성 증대보다는 각종 정부 보조와 최저가격제도에만 의존해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도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농가 보조에 쏟아부어야 했다.

인도 뉴델리 외곽에서 임시 텐트와 차량에서 숙박하며 시위를 벌이는 인도 농민. [EPA=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이 법이 규제 완화를 통한 유통 시장 현대화 조치라며 농업 생산성과 농민 수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민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농민들은 새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최저가격제가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5년 전 유사한 법이 통과된 북부 비하르주의 경우 정부 유통 인프라가 붕괴했고 농산물 가격은 더 내려갔다고 농민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펀자브주 농민은 쌀 100㎏을 25달러에 팔았지만, 비하르주 농민은 같은 수량에 대해 16달러밖에 받지 못했다.

농민들은 특히 통신, 유화, 인프라, 유통 등 인도 기간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초거대 기업이 농업 분야마저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 최고 갑부이자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 아다니 그룹 회장인 가우탐 아다니 등이 농민의 주타깃이 됐다. 두 명 모두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 출신이다.

농민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최근 18개월간 법 시행을 미루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농민 측은 완전히 법을 폐지하라고 맞서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는 인도 농민들. 터번을 쓴 시크교도가 눈에 많이 띈다. [신화=연합뉴스]

와중에 이번 트랙터 시위대 뉴델리 진입 사건까지 터지면서 해법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더욱 큰 문제는 농민-모디 정부 간 대립 배경에 여러 사회·경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혔다는 점이다.

시위 주도 농민 상당수는 뉴델리 인근 펀자브주와 하리아나주 출신이다.

인도 최대 곡창지대인 펀자브주와 하리아나주의 농민 대부분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다른 지역 농민과 달리 정부 보조 혜택이 큰 쌀과 밀 생산에만 주력해왔기에 이번 제도 개편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됐다.

펀자브는 시크교도의 주요 근거지이기도 하다. 시위대 중에는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기른 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시크교도다.

특히 기골이 장대한 시크교도는 전통적으로 인도군의 근간을 이뤘다. 다른 소수 집단보다 부유층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오랫동안 분리주의 활동을 하며 인도 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에 반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에 시크교 분리주의자 등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크교 급진주의자에게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1월 농민 시위에 대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내자 인도 정부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알려졌다.

26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유적지 레드 포트 앞에서 시크교 상징 깃발을 흔드는 인도 농민 시위대. [AP=연합뉴스]

인도에 농민의 생업을 대체할만한 산업 기반이 별로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도는 제조업 기반의 2차 산업 토대가 취약하다. 농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농민들이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도시로 이동해 쉽게 취업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농민으로서는 정부 보조와 땅 외에는 믿을만한 터전이 없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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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인도 농민 트랙터 시위 쟁점은…가격안전망 붕괴 vs 생산성 증대 | 연합뉴스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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